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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로 시작하는 사랑의 여름 에피소드 0 - 사랑, 내린다 번역
    한글패치 제작/거짓말로 시작하는 사랑의 여름 2022. 5. 4. 15:44

    스팀에 출시예정인 LYCORIS의 거짓말로 시작하는 사랑의 여름이란 게임에 관심이 생겨서 한글화 해볼까하는데

    마침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보이스드라마가 올라왔길래 일본어 공부할 겸 한번 번역해보았습니다

    미연시 엔진 뜯는 건 조금 어려워서 진짜로 한글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https://camp-fire.jp/projects/view/581669

                  https://lycoris-works.com/usonatsu

    선생님이랑 만나는 거 오늘은 어떤 구실이었더라

    봄의 끝자락
    언제나처럼 요코하마 역 근처에서 선생님을 기다린다.
    어느 맑은 날, 조금 개성적인 색의 강을 내려다 보면서
    나는 2년전의 비오는 날을 떠올린다.

    몇 시에 오는지 모르겠단말이지 선생님
    뭐 만날 시간을 정하지 않는 내가 나쁜 걸지도 모르지만

     


    뭐야
    얘 너 비오는 밤에 혼자 쭈그려 앉아서 뭐하고 있는 건가요?
    자 우산 밑에 들어와
    정말 완전 다젖었네
    이러면 감기 걸려버린다구요

    필요없어

    응? 저희 반의 타치바나 양 아닌가요?
    토요일 밤...이 아니더라도 13살인 여자가 돌아다니는 시간도 아니고 같이 역으로 가죠

    여기 치안 좋아

    그렇게는 생각 안하지만요

    중학생이라고 말하면 다들 그냥 지나갔으니까 제대로 법치국가

    어쩌다보니 이상한 사람을 안 만났던 것 뿐이라구요
    하... 사춘기라도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느낌...
    아차 학생 앞이었네

    에...

    일단 저희 집에 와주세요 근처라서

    잠깐 잡지 말라고

    이러쿵저러쿵 거리지말고 따라오렴

    유무를 말할 수 없는 명확한 목소리
    흔들리는 손의 온기, 선생님한테서 은은하게 풍기는 달콤한 냄새
    나는 무심코 저항하는 것을 관두고 있었다.
    이것은 계기가 된 이야기, 자주 있는 애처로운 지나가는 비 같은 첫사랑의 이야기


    선생님의 집으로 끌려온 나는 샤워를 하고 젖은 옷 대신에 선생님의 잠옷을 빌렸다.

    자 카페오레
    신주쿠에 있는 카페에서 콩을 사봤는데 맛있어

    블랙이라도 마실 수 있어

    그런 거 됐어
    중학생이니까 얌전히 카페오레나 마셔

    윽, 써

    아 우유는 넣었는데 설탕은 아직이었다
    우유넣어도 쓰다고 하니까 블랙이 아니여서 다행이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구
    조금 놀린 것 뿐이잖아
    자, 설탕

    역시 일부러잖아
    랄까 아까부터 선생님 학교랑 말투가 달라

    아아, 잊고 있었다
    뭐 상관없잖아
    자기 집이니까 말야

    좋을대로 하든가


    슬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한테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는데
    30분씩이나 아무 말 없이 있으면 어쩔 수도 없네
    그거 다 마시면 택시 부를테니까 돌아갈래?
    일단 내 쪽에서 부모님께 연락해둘테니까

    싫어

    그거 나하곤 상관없어 알아?

    몰라

    우리 집에 데려온 건 일시적인 보호
    즉, 일의 연장
    불행히도 교사라는 건 사적인 일이어도 교사로 있는 걸 요구하거든

    그럼 안데려왔으면 되잖아

    알겠니? 너를 무시했었으면 내 사회적인 입장이 없어진다는 거야
    그래서 청소년인 너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연락도 안한다면 어른인 나는 유괴범
    미성년자 약취라는 녀석이야
    너의 사정이 있듯이 나의 사정도 있어
    나는 선생님으로 있기 이전에 계속 어른으로서의 대응을 하고 있을 뿐

    어른의 사정따위 몰라

    그럼 애들은 집에 돌아가야 되겠네

    그러니까 돌아가기 싫다니까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몰라
    그래도
    그래도 나한테 우산을 준 건 선생님 뿐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선생님 밖에 의지할 수 없어
    있으면 안돼? 여기에 조금만 더

    어쩔 수 없네
    좋아 일단은 아침까지야



    밖에서의 선생님은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과 전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후 선생님은 침대를 빌려주어서 나는 누울 수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베개론 잘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트의 냄새에 싸여있는 동안에 잠에 들었다.

    따뜻해


    몰라
    몰라 몰라
    아빠, 거짓말이었던거야?
    지금까지 일들 전부
    믿을 수 없어
    최악이라고
    엄마, 내가 있을 장소는 어디인거야?

    오늘도 비다
    밖에 나가는 게 귀찮아지겠네
    일요일이라서 다행이야 집에 틀어박힐 수 있고
    자 카페오레 이번엔 제대로 설탕 들어있으니까



    가위눌렸었지
    싫은 일이라도 떠올랐어?

    말하고 싶지않아

    그런가
    뭐 아빠라든가 엄마라든가 잠꼬대로 말했던 건 다물고 있어줄게

    들었었잖아 최악이야

    중학생 가출의 원인 같은 건 대체로 가족 관계이기 때문이니까 말야
    경험상 부모님도 2, 3일은 상황을 볼거라고 생각해

    경험상? 

    응 자주 있는 일
    자, 어쩔래? 그거 다마시면 돌아갈래?

    좀 더 있고싶어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래서?

    있게 해주세요 여기에 조금 더

    알겠어 좋아

    괜찮아?

    그거 이외에 무슨 말 들렸어?

    으응

    그래도 길어도 3일 아무리 그래도 그 이상은 안돼
    수색요청이라든가 나오면 나도 곤란하고 무엇보다 부모님을 볼 얼굴이 없어져



    그러면 아침 밥
    아직 있고 싶다고 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 2인분 만들어놨어
    간단한 햄 에그이지만

    고마...워
    잘먹겠습니다


    잘먹었습니다

    그래 고마워

    맛있었...어요

    사탕발린 말 고맙다
    무리해서 말안해도 괜찮아
    미묘했지? 조금 실패해 버렸다는 감 있는데



    그래 거기서 긍정하는구나
    솔직해서 됐어
    뭐 어쩔 수 없잖아
    요리하기 시작한 건 최근이니까

    에, 의외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요리할 수 있게될거라고 생각했어? 유감이네요
    하지 않는 건 못해
    그저 나이를 먹어갈 뿐

    딱히 그런 생각 안했는데

    거짓말이지?
    그야 나는 생각했었어 중학교 시절에
    요리 뿐만이 아냐 세탁도 청소도 둘 다 부득이하게 필요하게 됐으니까
    요리보단 낫지만
    자 그럼 한번 필까 아...

    괜찮아 신경쓰지마

    부모님은 피셔?

    아빠는... 옛날에 폈었...나봐

    그렇구나
    됐어 환풍기 쪽으로 갈거니까
    뭐, 전자담배니까 냄새는 안나
    그럼 맥주 맥주
    있다

    아침부터?

    휴일이니까 하고싶은대로 지내도 되잖아
    우리 집에 있어도 되지만 내 휴일을 방해하진 말아주라

    의외네

    뭐가?

    담배 피는 것도 술도 말투도
    학교에서의 선생님하고 전혀 달라
    좀 더 제대로 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었어

    아아 그렇겠지 흡연실은 밖에서 안보이고 너희들 앞에서 술을 마실 일도 없고 말야
    아쉽게도 집 안이라면 나는 교사가 아니고 시모츠키 미레이거든



    왜 그래?
    환멸했어?

    별로 처음부터 아무 생각 안했고

    그렇겠지 척 보면 알 수 있어
    아니 노려보지말라구

    아니야 냉담한 표정

    그렇구나


    그리고 저녁이 되어 8캔째 맥주를 비운 선생님은 목욕물을 데우던 중에 잠들어버렸다.
    이대로 뜨거운 물을 그냥 버리는 것도 아까우니까 욕실을 쓰기로 했다.

    어이쿠

    히약

    아아 미안 미안
    그러고 보니 네가 있었지
    나 이미 옷 벗어버렸으니까 들어갈게

    됐어 나갈테니까

    뭐 어때 같이 들어가자구

    잠깐!
    술냄새 나 계속 마시고 있었잖아

    이야 있잖아 오랜만에 집에 가져올 일거리가 없는 휴일이거든
    술 마시면서 동영상을 보는 게 최고의 힐링이라구

    생각했던 거랑 달라
    어른의 휴일은 뭐랄까 이렇게 뭔가 말야

    현실을 알아서 한 걸음 더 어른이 됐구나

    그거 어른 맞아? 잘 모르겠는데

    맥주의 맛을 알면 어른이야
    쓴맛과 함께 인생의 신맛도 달콤함도 넘기는 거야
    캬아아아 하고 말야

    그게 뭔 맛이야
    애초에 술 마시고 욕탕에 들어가는 거 위험하잖아

    잘 알고 있네

    딱히
    어라 컬러샴푸?
    미용실 갈 시간도 없으니까 집에서 머리 다시 물들이는 때도 있거든
    빠지기 쉽다구 이 색
    랄까 염색한 적 없어서 모르려나

    그야 교칙인데

    확실히 그럼 어른이 되고 나서겠네

    또 어른 어쩌구 그 말만 계속 하고

    이야~ 넌 스타일도 좋고 무엇보다 외모가 좋으니까 화려한 색으로 해도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아예 은발이라든가
    왜 그래?

    정말 어울리려나? 그거

    진심으로 생각했구나

    너무해

    아하하 미안 삐지지 마

    기뻤는걸

    그럼 진심으로 해도 상관없어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니까
    졸업하고 어른이 되면 보여줘

    정말 몰라
    갑자기 칭찬하지 말라구

    으음?

    아무것도 아냐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하니까 이제 잘거야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내일까지는 집에 있어도 되니까



    내일 밤이 되면 돌아가는 거다
    데려다줄게

    읏 몰라
    선생님 쇼파로 괜찮아?

    월요일은 소파인 편이 아침에 일어날 수 있거든
    그러니까 침대 써도 괜찮아

    알았어 고마워

    있잖아, 선생님은 내가 가출한 이유 안물어봐?

    얘기하고 싶어?

    그치만 재워주고 있고

    얘기하고 싶으면 얘기하면 돼
    무리하게 이야기할 일도 아니고 무리하게 듣고 싶지도 않아

    널 재워주는 건 내가 스스로 결정한 거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럼 잘자


    선생님
    선생님 잤어?

    깨있어

    뭐야 자고있다고 생각했어.

    자고있는데?
    자고있어 자고있어

    있지 나 아빠하고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았었어

    지금까지의 추억이라든가 지내온 시간이라든가 전부 거짓말 아닌가 하고 불안해졌어

    내가 집에 되는건가?
    잘 모르게 됐어
    부모님한테 있어서 나는 방해만 됐던게 아닌가 하고
    내가 있으니까 두사람은 
    이상하네 슬프다거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계속해줘

    즐거운 듯이 웃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 몇 번이고 봐왔어
    그런데...
    계속...
    계속 두사람은



    선생님?

    역시 소파는 잠자리가 나빠서 말야
    자 안아줄게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괜찮아
    있지, 좀 더 이쪽으로 와
    참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은 괜찮아



    타치바나는 장하네
    자신의 감정에 거짓말을 하지않다니
    좀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나는 할 수 없었던 일
    나도 이렇게 해주길 바랬었겠지 분명


    나는 학교에 갈텐데 타치바나는 하고싶은 대로해
    분신 두고 갈테니까 나라고 생각하고 있어


    맑다
    9시, 선생님은 이미 학교려나
    뭐야 이 펭귄 인형
    분신이란 게 이거?
    풉 이상한 사람

    내가 학교를 땡땡이치고 있는 걸 선생님은 꾸짖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던 사흘은 벌써 지나 벌써 수요일이 되어있었지만

    선생님은 말야
    나를 처음 재워준 그날 밤
    어째서 그런 곳에 있던거야?

    그런 곳?

    그야 거긴 뭔가 그런 호텔같은...

    타치바나는 그런 거 신경 쓰이는구나
    조숙하구만

    그런게 아니고

    5일 전이니까 토요일 밤, 바에 갔던 것 뿐이야
    그 근처에 자주 가는 바가 있거든
    음식도 제대로 맛있고 말야

    누군가하고 가는 거야?

    역시 신경쓰고 있잖아

    안썼거든

    자주 혼자서 가
    맥주를 마시면서 먹는 스프 카레가 일품이라서 말야

    그렇구나

    랄까 듣고 있어?

    듣고있어

    스프 카레 좋아해? 혹시

    아니 싫진 않지만 그런 얘기가 아니라
    왜지? 스스로도 잘모르겠어

    흐흥
    미적지근하구만
    아 내일은 카레도 좋겠다
    그럼 샤워나 할까?

    있지

    이번엔 또 왜 그래?
    얌전한 얼굴하고

    선생님은 말야 나한테 돌아가라고 말안하는구나
    벌써 5일째나 재워주고 있는데
    날 계속 재워주면 유괴범...
    아... 미성년자 어쩌구라고 얘기 했으면서

    내가 있어도 좋다고 결정한 거니까 그치?
    돌아오면 누군가 있다는 건 나쁜 기분이 안들고 말야
    그러니까 만족할 때까지 여기에 있어

    응 고마워
    학교하고 다르게 대충대충하는 사람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상냥하구나

    묘하게 솔직하네
    평소에도 그런 느낌으로 있는 편이 귀엽다고 생각해

    애 같다는 말이야?

    그렇게는 말안했잖아
    타치바나도 지금인 편이 여러가지 얼굴을 보여주는구나




    이때 나는 만족할 때까지 있어도 좋다는 말을 무방비로 받아들였었다.
    자신이 있을 장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눈치채보니 선생님의 집에 눌러앉은 지 두번째 일요일이 되었다.

    선생님은 아직 자고 있네
    그래

    타치바나?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랄까 아침 밥? 타치바나가?

    항상 만들어주니까
    오늘은 보답으로

    하앙 그럼 세수하고 올게



    금방 다되니까
    어 아앗 아아아
    역시 됐어 안먹어도

    말하는 거랑 다른데?

    됐다구

    뭐 어때
    타치바나 요리 먹어보고 싶어

    음 맛있어 이 스크램블 에그
    역시 요리는 맛이야 맛 먹은 음식은 맛이야.

    그거 계란후라이

    전언 철회
    겉모습도 중요해
    그래도 맛있다고 한 건 거짓말이 아냐

    사탕발린 말 고맙네

    그거 누구 흉내야?

    흐흥

    정말
    자 식후 커피

    저기 그러고보니 선생님 어떤 과목 담당이었더라

    미술이야 랄까 담임 과목이라구
    지금까지 얼마나 관심이 없던거야

    딱히 선생님만 그런 것도 아니고 학교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어

    흐응 뭐 상관없지만 말야

    으윽 써
    선생님은 왜 미술 선생님이 된거야?

    관심있어?


    선생님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어

    그렇구나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야
    우리 아버지는 화가라서 말야
    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고 동경했었어
    하지만 난 뭘해도 아버지하고 비교당했어
    게다가 어중간하게 재능이 있어서 어중간하게 그림이 그려져버리니까 포기할 수도 없었지
    아버지는 그림에 거짓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어
    가족이라도 말야
    그래서 몇 번이고 그림을 관두는 걸 권유받아왔어
    아버지 편만 드는 어머니와 싸우고 집에 있을 곳이 없어져서 친구의 집에 기어들어갔던 적도 있었어

    그렇구나
    그래서 경험상이라고 말했었구나

    흔한 일이야 잊어 줘
    어쨌든
    나는 사고 직업으로 먹고 살순 없었지만 그림을 그리는 건 관두지 않았으니까 미술 교사라는 직업을 얻을 수 있었어

    대단하네 선생님

    에? 지금 얘기에 대단한 요소가 있었어?

    응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있었잖아

    아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 방식도 있구나

    그렇다구 나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럼 앞으로 뭐든지 될 수 있다는 거네

    뭐야 그게 드라마에 나오는 선생님 같아

    '드라마에 나오는'은 필요없잖아

    그치만 학교에서 선생님이 그런 말 하는 거 들어본 적 없고

    일리 있네

    있잖아 선생님
    우유랑 설탕 넣어줘
    역시 썼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래도 오늘은 나도 카페오레로 할까나

    에 왜?

    사실은 블랙보다 달달한 쪽을 좋아하거든
    타치바나랑 똑같아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좋았잖아

    어른이 되면 허세부리고 싶어진다구

    뭐야 그게

    선생님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걸

    직업에 대한 거? 사적인 거?

    좋아하는 거라든가 싫어하는 거라든가 뭐든지

    음 연애라든가?



    연애라고 해도 요즘엔 일로 바빴고 딱히

    그럼 옛날의... 예를 들면 첫사랑...이라든가 

    첫사랑인가... 대단한 드라마도 없어

    중1 때 아버지 아틀리에에 드나들던 제자 같은 사람이 있어서 말야
    아직 어린 나한테도 인사를 잘 해줬었어
    딱히 특별하게 외모가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바르비종 파의 이야기로 신나서 말야
    어렸었지 그 시절.......

    역시 됐어

    뭐야 분위기 타려는 참이었는데

    됐어

    정말로? 이런 거 여학생들한테는 좀처럼 하는 이야기도 아닌데

    듣고 싶지 않아 졌다구

    왜 그래? 갑자기

    몰라 됐어
    됐다구
    커피 잘마셨어 

    이 날 나는 밤까지 계속
    답답하고 빙글빙글 도는 듯한 마음을 둘 곳이 없어서 토라져 누웠다.
    신경 쓴 적 없었던 환풍기의 소리, 시트의 보풀, 전자 담배의 냄새
    어느 것도 나를 짜증나는 기분이 들게했다.

    졸립지 않아
    카페인 먹지말걸 그랬다
    어라 어째서 나 이렇게 짜증나는 거지?
    왤까?

    음 연애라든가

    이거 설마

    자 우산 밑에 들어와... 우유넣어도 쓰다고 하니까 블랙이 아니여서 다행이네...
    타치바나는 그런 거 신경 쓰이는구나...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니까...
    자 안아줄게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괜찮아...

    설마

    첫사랑인가...

    그렇구나 나 선생님을


    그럼 저녁먹을까 오늘은 배달시켜 버릴까?
    훗 타치바나 맥주 마실래?

    나 미성년자라구
    괜찮아?

    일요일이고 우리집은 다른 방침이라는 걸로

    그럼 마실래

    우후훗 거짓말 안되는 게 당연하잖아
    맥주의 맛을 기억해버리면 돌아갈 수 없다구

    하 써서 안되려나 

    열받아

    그럼 말야 오늘 아침부터 왜 토라져 있던건지 언니한테 얘기해봐

    뭐가 그게 날 어째서 애 취급하는 거야

    전자담배가 아니네

    yes 노 전자

    어느 쪽인거야 그거

    그런 기분이야
    금연 끝

    원래 폈었잖아

    그건 따로야

    애 같아

    맞아 애라구 나도
    어른이라든가 뭐라든가 말했던 거 전부 거짓말
    계속 사춘기 애와 어른의 사이
    카오루랑 똑같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점은 솔직하기 때문에 아이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무슨 얘기야?

    됐으니까 들어보라구



    사람은 말야 여러가지 것들을 알면 알수록 쓸데없는 것만 생각해 버려
    이걸 얘기하면 상처 줄지도라든가 상처받을 지도라든가
    나중에 귀찮으니까 얘기하는 거 관두자라든가 여러가지

    알아

    그렇지? 똑같아

    선생님도 말할 수 없는 일 있어?

    있고 있었어 잔뜩

    정말로?

    내 아버지 이야기 했었잖아
    미술을 전공한 만큼 말야 성인이 되어서 아버지의 대단함을 알게됐어
    엄격한 이유를 알게됐어 감사의 기분도
    하지만 그걸 전하려고 했을 무렵에는 돌아가셨었어



    심장병이 있으신 듯 해서 갑자기
    대학 나오고 바로 였으니까 5년 전 쯤이려나

    그... 그렇구나 

    그 때 깨달았어 나는 애구나 하고
    그래서 평생 자신이 어린아이인 채구나 하고

    어째서

    중요할 때에 토라지지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게 어엿한 어른
    나는 아빠한테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지 못해버렸어
    그러니까 계속 어린아이
    중요할 때에 내딛지 못해서 때를 놓치기만 하고

    그런가 선생님이라도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 어른이 될 수 있는걸까

    몰라 

    에 여기서 그거야?


    그야 나도 몰라
    다음은 카오루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려있겠지?



    나라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들어줄테니까
    알겠지? 카오루


    에 저기 있잖아

    왜?

    그게 말야

    얘기해봐

    좋아해

    응?

    나 선생님을 좋아해

    못들었어?
    나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했어

    어째서

    잘 몰라
    하지만 뭔가 선생님하고 얘기하고 있으면 마음이 흘러넘쳐서
    멈출 수 없게 되서

    그 좋아함은 무슨 의미?

    몰라 하지만 친구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해
    처음 느껴보는 느낌
    그러니까 의미라든지 그런 거 모른다구
    그래도 좋아해
    그것 만큼은 알았어 겨우
    나 선생님을 좋아해
    그것 뿐


    그런가 그래서 타치바나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이젠 모르겠어

    그렇구나
    한개 말할 수 있다면 타치바나의 그건 사랑이 아니야
    곤란해 하고 있을 때 도와주고 외로울 때에 같이 있어주고
    착각 아니면 마음의 방황이라는 녀석이야

    조금 냉정해져 볼까
    저녁밥 역시 사올게
    배달은 배달비라든가 비싸니까 말야

    냉정한데... 방황도 아니고 착각 아니야
    사랑이야 거짓처럼 말하지 말아줘
    내 마음 거짓으로 하지 말아줘
    방황 같은 게 아닌데

    마음의 정리 따위는 기다려주지 않고 두 사람의 시간이 끝날 때가 왔다.
    인터폰의 카메라에는 두 명의 경찰관과 관리인이 비치고 있었다.

    입가가 움직이고 있어
    분명 나를 데려가려고 하고 있는 거야
    싫어 이대로라니
    아직 만나고 싶지 않은데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이야기하지 않으면 끝낼 수 없어
    선생님!

    감기걸려

    선생님 경찰괸 왔어

    응 밖의 경찰차 보고 았었어
    생각한 것보다 빨랐네 경찰
    시간초과라는 거네

    선생님 나 아직

    그럼 도망쳐버릴까?
    정말 이렇게나 젖어버리구

    선생님도 그렇잖아

    하핫 그러네

    선생님 역시 갈게

    선생님은 기다려줘
    내가 제대로 선생님에 대해서 설명할테니까 분명

    마음만 받아둘게 고마워
    알겠어? 분명히 말해두겠지만 이후에 나도 경찰한테 갈게
    미성년자 약취라는 거네
    그게 나의 책임
    그러니까 너하곤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돼

    선생님 그런 나쁜 건 나인데
    선생님은 나를 도와줬는데

    사회라고 하는 건 감정으로 움직이거나 해주지 않아
    제대로 법치국가란다
    아무리 교사라고 해도 부모에게도 경찰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어린아이를 집에 숨겨두는 건 확실히 나쁜 일이거든

    아니 달라 그치만

    다르지 않아 사회에 있는 이상 어른으로서 책임을 지는 방법이 있어

    응? 타치바나라면 알아주겠지?
    나는 이후에 널 경찰에 맡기고 경찰하고 찬찬히 이야기하고 올게
    당연히 어른으로서 하지않으면 안되는 일도 여러가지 생겨나

    죄송해요

    자 그럼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내 자신의 이야기에 어울려줘
    거기 앉자




    나 말야 원래 학교 선생님 같은 건 어울리지 않았었어

    에 

    우리 학교는 중, 고등학교를 통합한 뭐, 흔히 말하는 공부가 제일인 진학 학교잖아
    그러니까 미술가인 나는 말야 화가가 되고 싶다든가 미대에 가고 싶다든가
    뭐 그런 꿈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일이 되었었어
     


    미술 진로의 괴로움이라는 건 몸소 말할 수 있었으니까 말야
    담임이 되니까 그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어
    담임 선생님이라는 건 평등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쓸데없이 그치

    하지만 나는 도움받았다고 생각했어

    빗속에 있는 타치바나를 봤을 때 나는 그게 자신이라고 생각했어
    예전에 내가 가출했을 때 얘기했었잖아
    만약 그때 다가와주는 사람이 있었고 내가 솔직해질 수 있었다면
    무언가가 바뀌었으려나 해서 
    나는 제멋대로인 생각을 타치바나한테서 겹쳐보았을 뿐이야

    상관없어 그야 나는

    나는 나를 위해서 타치바나를 숨겨뒀어
    그게 가장 안되는 일이었던거야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나는 구원받았어


    내 개인적으로는 타치바나가 구원받았다고 생각해 주어서 기뻤어
    그러니까 말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러니까 선생님 내 마음까지 없었던 일로 하지말아줘
    멋대로 완결짓지 말아줘
    내가 구원받은 것도 내가 선생님에게 죄를 짊어지게 한 것도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 아니야 그러니까 끝내고 싶지않아

    내가 선택한 일, 나도 원했던 일인거야
    그러니까 끝내지않으면 안돼

    모르겠어
    그치만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닌걸 선생님

    아까의 대답이지만 말야
    난 어른으로서 타치바나의 기분에 응할 수 없어
    게다가 타치바나의 기분은 역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언젠가 타치바나도 알게될 날이 올거야
    개인적으로서 타치바나가 싫지는 않지만
    실없는 소리네 내 입장으로는 타치바나의 마음은 받아들일 수 없어
    타치바나는 사랑받아왔다는 것도 말야
    그것에 깨닫는 건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경험상
    내가 보장할게
    카오루는 거짓말하는 건 서투르면서 강한 척 허세부리니까
    그렇기때문에 약화시켜서 손쓸 수 없게 되기 전에 말할 수 있는 동안에 말해두는 게 좋아

    몰라 모르겠어 그런 거

    힘든 일, 괴로운 일 잔뜩 있겠지만
    뭐 마지막에는 훌쩍 다 마셔버리면 돼

    의미없어 나

    괜찮아

    선생님은 따뜻해

    지금은 무리해도 괜찮아 사춘기 중학생

    ...열받아

    역시 타치바나는 머리색 은발로 해도 잘어울릴 것 같네

    뭐야 그게 지금 할 말이야?
    하하하핫
    아하하하하

    자 안아줄게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괜찮아

    으으응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나 경찰한테 갈게

    알겠어
    카오루한테 맡길게

    고마워 선생님
    정말좋아해 쭉


    이후 우리는 잡혀가는 듯한 형태로 경찰서에 갔다.
    그리고 담임과 학생으로서 만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부모님하고도 당연히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것은 또 별개의 이야기
    담임이 바뀐 건 2학기가 되고 나서부터였다.
    학교에서는 사건이라느니 뭐라느니 잔뜩 소문이 흘러다녔지만
    내가 계속 다물고 있었던 탓인지 머지않아 잊혀져있었다.
    그로부터 반년 후
    나도 학교를 떠났다.
    애초에 학교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미련은 없었다.


    반년 후 중, 고등학교로 통합한 사립 여고에 다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중3에 졸업하고 시립 아오나미 제 1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가출 소동이 원인인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생각해 내가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것이다.
    그때 선생님은 내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역시 내 마음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 기분은 틀림없이 사랑이고 지금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뭐, 그로부터 일년이 지나 재회한 선생님과 나 사이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지금은

    저기 선생님 오늘도 차이러 왔어

    먼저 말할 게 아니지 않아? 그거

    고도의 밀당이야
    것보다 담배 피고왔지?
    금연하는 거 아니었어?

    생각을 고쳤어 참지 않는 편이 건강에 좋다구
    애는 아직 모르는 이야기

    알거든 맘편한게 제일

    아는 것처럼 말하기나 하고 말야

    이것이 성장

    잘도 말하네 바뀐 건 겉모습 뿐이잖아?
    뭐 그 머리 어울리니까 상관없지만 말야

    고마워

    그럼 먹으로 갈까? 팬케이크

    구두 보러가는 거 아니였어?

    그럼 둘다 하자

    선생님 나 지금도 그 때 그대로란 말이지 본심은 말야
    거짓말을 하는 게 서투른 그대로

     

     



    『거짓말로 시작하는 사랑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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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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